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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조상 땅을 찾아라"…''로또열풍'' 방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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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10-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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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수원에 사는 이모(63)씨는 최근 충남도의 ‘조상땅 찾아주기’ 창구에 들렀다가 30억원대의 횡재를 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희미한 기억을 더듬어 신청서를 접수했다가 신도시 개발이 한창인 아산에 선친 명의의 땅 8필지 1만2553평을 찾아낸 것이다. 평당 30만원을 호가하는 땅을 챙긴 그는 요즘 형제·자녀에 대한 분배 문제로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다.
서울에 사는 김모씨도 지난 1월 제주 땅 20필지(8만8000평)를 확인, 하루 아침에 땅부자로 변신했다. 뜬구름 잡는 심정으로 창구를 찾았던 그는 “아직도 꿈인지 생시인지 얼떨떨하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조상땅을 찾아 ‘인생역전’을 노리는 사람들의 발길이 지방자치단체마다 러시를 이루고 있다. 땅값 광풍 와중에 행자부가 올 초 “전국의 주인없는 땅이 100만필지에 이른다”고 발표하자 너도나도 땅찾기에 혈안이 된 것이다.
행자부 집계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7월 말까지 전국 자치단체의 ‘조상땅 찾아주기 창구’에 접수한 신청자 수는 3만2152명에 달하고 있다.
지난해 총 신청자 수가 1만5355명, 1995년부터 10년간 누적 신청자 수가 5만1200여명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가히 ‘로또 열풍’을 방불케 하고 있다.
특히 행정도시 건설 등 각종 개발사업이 집중된 충남도청에는 하루 평균 40여명이 조상땅 찾기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지난해 679명에 불과했던 것이 올해는 지난달 말까지 벌써 2701명 신청했고, 이중 969명이 4831필지 439만여평을 되찾는데 성공했다.
주로 임야나 자투리 전답이지만 행정도시가 들어서는 공주·연기나 서해안 일대의 노른자위 땅을 찾아낸 대박 사례도 심심찮게 터지고 있다.
이 서슬에 자기 조상 것인양 남의 땅을 찾아 가로채는 전문 사기범이나 상속자와 나눠갖는 전문 땅찾기꾼까지 활개치고 있다.
대전의 L씨는 최근 한 부동산업자로부터 “연기군 조치원에 당신의 선친이 남긴 600여평의 대지를 대신 찾았으니 절반씩 나눠갖자”는 황당한 제안을 받기도 했다. 조상땅이 가져다준 횡재는 소유권 다툼 등 잡음도 빚고 있다. 소유권이 불분명한 토지가 나오면 형제는 물론 4촌에 8촌까지 연고권을 주장하고 나서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전북도를 통해 5억원 상당의 땅을 찾은 B씨는 동생이 뒤늦게 상속권을 주장하고 나서면서 아직까지 법정다툼을 벌이고 있다.
충남도청에선 최근 A씨가 가족 몰래 아산의 노른자위 땅을 찾았으나 이를 알지 못한 동생이 일주일 후 같은 땅을 찾아 형제끼리 얼굴을 붉히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이같은 웃지 못할 일들이 전국적으로 빈발하면서 멀리 사는 친인척이 모처럼 한자리에 모이는 이번 추석에도 땅찾기로 인한 희비극이 다채롭게 펼쳐질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충남도 관계자는 “부동산 값이 치솟으면서 혼자 챙기기 위해 가족 몰래 접수하는 사례가 크게 증가했다 ”면서 “특히 조상 묘소는 방치한 채 그들이 남긴 땅만을 찾는 어처구니없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말했다.
대전·전주=임정재·박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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