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의 친일재산을 손자가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고 샀다면 국가재산으로 귀속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이경구 부장판사)는 현 모씨가 친일재산 국가귀속결정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3일 밝혔다.
재판부는 “현씨의 조부가 친일반민족행위자라고 하더라도 현씨는 이 토지를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고 적법하게 매수했으므로 법에 의해 보호되는 제3자에 해당해 한다”며 “친일반민족조사위원회의 처분은 제3자인 현씨의 권리를 해하는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밝혔다.
이어 “현씨가 미성년의 나이에 이 토지를 취득했고 현재 집안 선산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만으로 매매가 아니라 유증 또는 상속받은 재산으로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 제3조 1항에 따르면 ‘친일재산은 그 취득·증여 등 원인행위시에 이를 국가의 소유로 한다. 그러나 제3자가 선의로 취득하거나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고 취득한 권리를 해하지 못한다’고 돼있다.
현씨는 1967년 큰아버지에게서 산 토지에 대해 조부가 일본제국주의에 협력해 얻은 친일재산에 해당한다며 친일반민족위원회로부터 올해 5월 국가귀속 처분을 받자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박소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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