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시 시설직 공무원 2명이 도로로 사용중인 땅을 '조상 땅'이라며 소유권을 주장하고 도로사용료까지 지급을 요구하는 소송에서 변호사도 없이 끈기와 철저한 증거수집으로 이겼다.

구미시는 서울에 사는 이모씨 등 7명이 정부와 구미시를 상대로 제기한 '소유권 확인 및 부당이득금 지급' 청구소송에서 최근 대법원에서 승소했다. 이에 따라 패소했을 경우 구미시가 부담했어야 할 77억원을 아끼게 됐다.

발단은 이씨 등이 2006년 조상 땅 찾기 일환으로 구미시 원평동 일대 7필지 3,140㎡가 이들의 조상명의로 돼 있는 사실을 알고 소유권을 주장하고 나선 것. 일대 도로는 해방 전후부터 도로로 사용돼 행정기관이 보상을 하고 개설한 것으로 보였지만 문제의 부지에 대한 공부 정리가 제대로 돼 있지 않은 것이 화근이었다. 문제의 땅은 요즘 시세로 1㎡에 245만원으로 소송에서 소유권이 원고들에게 있는 것으로 인정되면 구미시는 이전까지 사용료를 더해 77억원을 물어줘야 할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위기는 도로과 도로정비담당(계장) 최명호(50)씨와 담당자인 최희헌(32)씨 두 최씨의 끈기와 집념으로 넘길 수 있게 됐다.

1심은 사실상 패소나 다름 없었다. 구미시를 상대로 사용료를 내라고 한 것은 시가 이겼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소유권 부분에서 정부가 졌기 때문. 1심 판결은 결국 그 동안 사용료는 안 내도 되지만 소유권이 원고에게 있으니 예산으로 매입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두 최씨는 1심에서 소유권확인 부분에서 패소한 탓에 변호사도 없이 외로운 싸움을 벌였다. 직접 법전을 뒤지고 판례를 검색하는 가 하면 전문가를 찾아 다니며 원고의 주장을 반박할 증거수집에 올인했다. 결국 이들은 20년 이상 평온하게 부동산을 점유할 경우 소유권을 인정하는 취득 시효제도에 착안, 이 부분을 부각시켜 시효취득을 인정 받았다.

최희헌씨는 "도로 개설 당시 개설공고나 보상공고 등 정황증거로 볼 때 구미시가 보상을 하고 매입, 도로를 개설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라며 "이제 이씨 등을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소송을 내 깔끔하게 마무리하는 일이 남았다"고 환히 웃었다.